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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내렸다.
비 오는 거리를 정처 없이 걸으며 목적지 없이 떠돌고 있을 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결국 돌아온 곳은 집인가.
바깥과 달리 방 안은 따뜻했으며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머리 아래로 수건 하나가 툭 떨어진다.
「 물수건....? 」
그러고 보니 일어날 때 잠깐 머리가 핑 돌았었던 것 같은데. 비 맞고 와서 감기라도 걸렸나.
창 너머로 본 바깥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하염없이 바깥을 쳐다보고 있을 때 이윽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에서 나를 부르는 카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녀석이 울면서 내게 소리쳤다.
「 이 바보 오빠! 갑자기 나가서 그러고 돌아오는 게 어딨냐 해! 」
「 ....카구라. 」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 괜찮은데 왜 울고 있는 거야.
「 오빠가 말 없이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해! 비가 많이 오고 걱정돼서 오빠 찾으러 나갔는데...
왜 바로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보같이 집 앞에서 쓰러지냐 해! 」
갑자기 사라져서 놀랬을 카구라의 모습이 상상돼서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손등으로 스윽 닦아주었다.
본의 아니게 오빠가 카구라한테 걱정을 끼치고 말았네.
「 다시는, 다시는 말없이 나가지 말라 해! 다시는..... 」
「 ....응, 약속할게. 그리고 오빠가 미안해. 」
울고 있는 카구라를 안아주며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아직 많이 어린 나의 동생, 카구라. 오빠인 나보다 엄마 품이 더 좋을 나이.
「 미안해, 카구라. 」
근데 오빠는 그 약속 못 지킬 거 같아.
더 이상 나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조용했던 방 안에 카구라가 훌쩍이는 소리와 비가 내리는 소리가 섞이면서 스산한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어둠이 자욱하게 깔린 밤.
어쩌면 비는 계속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