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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른 남자 만날래!)

계속 일만 하고 있는 카무이 옆에 다가가서 큰소리로 외쳤더니

 

반응이 없다. 반응이! 평소엔 바로 반응하더만!

일만 할 거면 대체 날 왜 부른 거래!

내심 서운해져서 문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콱─!!!

(...!??)

고개를 덜덜 떨며 옆을 돌아보니 카무이가 방금 전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펜이 벽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카무이의 목소리.

"다시 뒤돌아, (-)."

겁먹었다는 걸 들키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레 뒤를 돌자

웃고 있는 듯, 아닌 듯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무이의 얼굴이 보였다.

나 이러다 오늘 죽는 거 아니야...?

"미안한데 방금 뭐라고 했어?"

여기서 그 말을 또 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아, 아니! 아무것도! 그냥 일 언제 끝나나 싶어서!)

"다 끝났으니까 이리 와."

설마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말장난 좀 했다고 죽이는 건 너무하잖아!

좀처럼 경계를 풀지 않고 카무이의 앞으로 가까이 걸어간 나는

살살 눈치를 보며 상황을 보고 있을 때,

순간 내 허리에 손을 감으며 품에 안겨온 카무이의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진정하고 아이 다루듯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그제야 볼멘소리를 내뱉으며 툴툴 거린다.

"그런 장난 재미없으니까 하지 마.

장난이라도 나한테는 다 진심으로 들린다구."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아깐 정말 죽일 기세였지만 이렇게 아이처럼 툴툴대는 모습을 보면

장난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잖아!?

...그래도 자제해야겠다. 오래 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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