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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나간 카무이를 기다리는 건 언제나 불안함이 넘치다 못해 철철 흐를 정도였다.
적들과 싸우러 갈 때는 위험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같이 함선을 타고 갈 수가 없어서
나를 지구에 데려다 주고 가는데 혼자 남은 집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카무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다치지 않은 채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다칠 일 따윈 없다며 금방 끝내고 오겠다고 했지만
카무이는 내가 봐온 천인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부터 앞섰다.
"다치진 않았으려나…."
창문을 열어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자 바닥이 젖어있는 게 보였다.
먹구름이 끼고 제법 어두워진 거리는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더니
그새 장대비가 되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후두둑 떨어진다.
비가 와서 그런지 텅 빈 집안에 혼자 있는 것이 조금 무서워졌다.
불이라도 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카무이의 함선에 살다시피 지내서 지금 내가 있는 이 집은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전기가 끊겼다.
스산해진 분위기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한마디로 지금 이 상황, 설상가상이었다.
이 순간 날 두고 가버린 카무이가 살짝 미웠지만 어떻게 보면 싸우는 것도 그한테 있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늘 머릿속으로 이해하자고 세뇌하듯이 말해보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그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따라주질 않으니 비가 안으로 들칠 것을 염려하여 창문을 닫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고장 난 시계는 꿈쩍도 않는다.
몇 분, 혹은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를 정도로 이제 기다리는 일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꾸벅꾸벅 졸다시피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카무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살짝 나는 비 냄새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올리자 물에 빠진 생쥐마냥 흠뻑 젖은 카무이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