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정말이지, 왜 그런 꿈을 꾼 거람.
꿈이야 내 마음대로 꿀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참 이상한 꿈이었어.
차라리 자다 깼을 때 바로 잊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간밤에 꾼 꿈 탓에 그녀의 얼굴은 몹시 지쳐 보였다.
괜히 포크로 애꿎은 그릇을 툭툭 건들며 한숨을 길게 늘어트린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 표정이 꽤 안 좋아 보였는지 카무이는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냥… 되게 안 좋은 꿈을 꿨거든.”
“꿈?”
“응. 근데 여전히 찝찝해서 문제야.”
일부러 좋은 상상을 해봐도 어젯밤에 꿨던 꿈이 떠올라 금방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밥을 먹어도 그 생각, 가만히 있어도 그 생각.
애써 잊으려고 노력을 해봐도 오히려 역효과였다.
잊으려고 할수록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카무이는 어차피 꿈일 뿐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식으로 말을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쉴 뿐이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하면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며칠 전 아부토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며칠 뒤에 지구에서 축제를 하나봐. 이번에도 재밌는 걸 많이 한다고 들었어.”
“진짜!? 아…”
축제라면 아이처럼 신나해 하던 그녀가 웬일인지 이번에는 반응이 시큰둥하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보다.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로 걸어간 카무이는 축 처진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댔다.
“위로라도 해줄까.”
"…"
어떻게든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고맙고 미안하지만
하필 그런 꿈을 꾼 다음 날에 카무이 입에서 축제 얘기를 또 듣게 되다니.
“어떤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아질 거 같지 않아.”
“아니, 그런 말뿐인 위로 말고…”
“응?”
카무이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리자 목에서 말캉한 감촉이 느껴졌다.
"가, 간지러워, 카무이."
카무이의 입술이 내 목을 천천히 탐할 때마다 조금씩 몸을 틀었다.
방안에 적나라하게 퍼지는 민망한 소리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지만
그렇다고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아 애써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이런 위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푸스스 웃자 카무이도 따라 웃는다.
"이제 기분은 좀 풀렸어?"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카무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끼우고 빙빙 돌리며 대답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카무이의 표정이 마치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강아지처럼 보여 속으로 몰래 웃었다.
“응, 덕분에 괜찮아졌어.”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카무이의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그 모습이 정말 강아지 같아 나도 모르게 카무이의 머리 위로 손이 갔다.
“고마워.”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렇게 노력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데
끝까지 기분 상한 채로 있으면 카무이한테 엄청난 폐를 끼치고 마는 거겠지.
“카무…”
‘꼬르르륵…’
“응? (-), 방금 배 속에서…”
“아하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에너지가 다 그쪽으로 간 것이 틀림없다.
한창 좋았던 분위기는 배에서 난 소리 때문에 망쳐졌다.
역시 신은 내 편이 아니야!
분명 거울 안 봐도 내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을 거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일단 주린 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럼 마저 밥을 먹어보도록 할까!”
방금 전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며
카무이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정말 귀엽다니까. 몇 년을 봐도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 전부 카무이의 눈에는 여전히 사랑스럽게 보였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의자에 앉은 카무이는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 하고 밥을 먹는 그녀가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지만 이럴 때는 빨리 다른 얘기로 넘어가는 게 그녀한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녀가 좋아할 만한 얘기를 꺼냈다.
“밥 다 먹고 조금 쉰 다음에 이따 유카타 보러 지구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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