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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이내 문이 열리고 앞장 서서 걸어가는 카무이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방 안이 되게 어지럽네.
여기저기 바닥에 흩어진 서류더미들과 아무렇게나 놓인 옷가지들.
정리하기 귀찮아서 아부토씨한테 맡기고 있는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진창 일줄은 몰랐다.
"음? 나한테 무슨 할말이라도?"
뭔가 카무이의 말이 냉정하게 들려오는 듯했지만
그저 단순한 느낌으로 인한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저기, 카무이. 지구에는 왜 간 거야?)
"아아...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야? 아부토가 말 안 해줬어?"
(응... 그냥 지구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단 말만 들었어.)
"흐응, 그렇구나."
내 눈을 보지 않고 의자에 앉아 서류 정리하며 말하는 카무이의 모습이 순간 얄밉게 느껴졌다.
그다음에 자기가 왜 지구에 갔는지 바로 대답할 줄 알았는데
평소엔 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카무이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대화가 끊기고 말았다.
뭐야? 저게 정말 끝이야?
(카무이, 나한테 더 이상 할 말 없어?)
"음...."
행동을 멈추고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다시 정리를 하면서 여전히 내 눈을 쳐다보지 않는 채로 대답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 걸까나."
(...응? 뭐라고?)
"하핫, 아니야. 사실 지구에 간 건 중요한 거래가 있어서야.
너가 그곳에 같이 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일부러 나 혼자만 갔어.
그래도 역시... 너한테 말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지."
그제야 내 눈을 쳐다보면서 두 손을 모아 사과하는 카무이다.
물론 사과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가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났지만.
그리고 카무이가 사과하기 전에...
「 그게 그렇게 궁금한 걸까나. 」
일부러 못 들은 척하고 물어봤을 때 카무이의 행동에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아니겠지... 내가 생각하는 그건...
요즘 바쁘니까 신경이 예민해져서, 나까지 상대하려면 많이 힘드니까 이러는 걸 거야.
"미안하지만 나중에 다시 와줄래? 좀 바빠질 것 같은데..."
(아, 응... 열심히 해.)
한 번도 내게 저런 말을 한 적 없던 카무이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이 열리자마자 도망치다시피 뛰던 중,
"어, 아가씨! 어디 가?"
아부토씨를 만났지만 그대로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카무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건 다 나 때문이었어.
난 그런 건 줄도 모르고... 여태 뭐 했던 거지.
카무이라고 권태기가 안 오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그간 걱정했던 행동들이
전부 헛수고로 느껴져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