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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다음부터 지구에 갈 때는 나 빼고 가라고, 아가씨. 단장이랑 둘이서 가도 괜찮잖아?"

"하핫. 오랜만에 옳은 말하는걸, 아부토?"

"내가 언제 못 할 말이라도 했냐!"

오랜만에 카무이와 아부토씨랑 지구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즐거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는 광경이 아름다워 보인다.

좀 더 있다 가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도착한 배에 올라 타려고 할 즘,

날카로운 무언가가 머리카락을 스쳐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무이의 웃음소리.

"모처럼 가진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이마저도 방해할 생각으로 온 건가? ♪"

 

(...?)

 

"정말이지, 이런 구식스러운 습격은 마음에 안 든다니까~ 그치, 아부토?"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인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집에 일찍 돌아갈 수 없겠구만..."

 

"으음, 숫자가 꽤 되는 거 같은데... 금방 끝내자구.

 

그리고 (-) 넌 내 옆으로 와. 얌전히 있으면 다칠 일은 없을 거야."

옷깃을 잡으며 바싹 붙자 손에서 따뜻한 감촉이 느껴져 아래를 내려다보니 카무이가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카무이가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다칠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했는데

 

눈앞에서 목이 날아가고, 팔이 뜯겨 나가고,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광경을 직접 보니

 

역겨워서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카무이는 내 손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이쪽으로 몰려드는 천인들을

 

여유롭게 처리하고 있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나와 달리 카무이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지도.

 

그야말로 취미가 싸움, 특기도 싸움인 싸움 광이니까.

굳이 이 많은 천인들을 다 쓰러트리고 가야 하나?

이제 무시하고 가도 되지 않아?

 

(카무이!)

 

돌아가잔 말을 하려고 이름을 불러보지만 이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건지

 

내 목소리는 전혀 안 들리는 모양인가 보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아무리 카무이가 보호해준다고 해도 위험할 거 같아.

 

다시 한 번 배에 힘을 준 다음 카무이를 부르려고 준비할 때,

 

(아-!)

 

어깨 위로 화살이 스침과 동시에 어깨 부근이 불에 덴 것처럼 아려오기 시작했다.

 

"(-)!"

 

어깨를 잡고 주저앉자 놀라서 이쪽을 쳐다보는 카무이와 눈이 마주쳤다.

 

살이 찢겨나간 고통은 생전 처음으로 느껴봐서 그런지 너무 아프다.

 

 

(카무이, 나는 괜찮으니까...)

 

뭔가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는 카무이를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괜찮은 척하며 말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천인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아까와 다르게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로 달려든다.

 

"뭐야! 아가씨, 다쳤어!?"

이쪽으로 달려오는 아부토씨에게 화살에 스친 정도라고 말을 하자 아부토씨가 한숨을 쉬며 말하기를,

"나 참, 그러니까 단장이 저러지. 어차피 잔챙이들뿐인데 말이야.

일단 배로 돌아가서 치료받아."

 

(카무이는요?)

"냅둬. 지금 저 녀석, 화가 굉장히 많이 났으니까 가자고 해도 말 안 들을 거야."

 

아부토씨 부축을 받으며 배로 가는 길에

뒤를 돌아서 아직 싸우고 있는 카무이를 보니 걱정이 들었다.

왜 피하지 못 했을까 하는 생각과, 나 때문에 카무이가 다치고 돌아올까 봐

가는 내내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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