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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멀리 가지는 마. 길 잃어버릴 수 있으니. 」
「 아! 찾았다! 」
인파로 붐비는 거리 속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한산해 보이는 가게를 찾았다.
들른 곳마다 사람들이 많은 탓에 30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된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다른 가게를 찾고 있던 중 마침 저곳이 눈에 띄었다.
워낙 외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어선지 사람들이 오지 않은 건가 했지만
별 개의치 않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 뭐야… 이거 하나 하려고 계속 찾아다녔었던 거야? 」
「 이게 얼마나 재밌는데! 」
매년 에도에 축제하는 날이 다가오면 이거 하나는 꼭 하고 돌아가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야 축제를 즐긴 느낌이 든다고 할까.
주먹보다 좀 더 큰 바구니를 들고 수조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작은 수조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자니
바구니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 아가씨, 30초 안에 50마리 잡으면 내가 아가씨를 위해서 선물을 줄게. 」
「 좋아요! 그런 것쯤이야. 」
30초는커녕 15초 안에 다 끝날 일이지.
아저씨의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동시에 바구니를 수조에 넣고
오로지 휙휙 피하기 바쁜 물고기들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을 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물이 수조를 철썩 때리는 소리와
숨을 내뱉는 소리를 제외하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 」
조용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웠는데 뭐지?
이상하게 분위기가 싸했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생각보다 물고기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분명 수조안에는 물고기들이 이렇게 많은데 바구니를 들어보면
잡힌 물고기들이 하나도 없어 이상했다. 오랜만에 와서 감이 떨어졌나.
하지만 이렇게까지 안 잡힌 적은 처음인데?
물살을 휘저으며 바구니를 확인하는 행동만 지금 몇 번짼지 모르겠다.
30초 안에 한 마리 잡는 것도 어려울 거 같으니까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바구니를 내려두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새 어디로 간 건지 주인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
「 아저씨? 」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자 주인아저씨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그도, 주변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감촉 때문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다.
「 으으…!!! 」
당장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답답함.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잡힌 발목이 저릿할 정도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손은 누구의 손인 걸까.
차마 인간의 손일 것 같지는 않아 굳이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대체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어째서 왜 나밖에 없는 거야?
밤을 환하게 밝혀주던 홍등이 하나둘씩 차례대로 꺼져가고 있다.
발목뿐만 아니라 내 정신까지 단단히 붙잡은 그것에 의해
결국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에 완전히 잠식되기 전 가까스로 꿈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