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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여긴... 어디?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떠보니 사방이 온통 깜깜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나는 카무이의 방에 가던 길이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기분 나쁜 장소, 퀴퀴한 냄새. 그리고 나 혼자만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려움으로 몰았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인다면 뭔가에 다칠 것 같아 앉아서 밧줄을 풀기로 했다.

손목에 단단히 묶인 밧줄을 풀어보려고 이리저리 비틀며 애를 써봐도 꽉 묶어 놓은 모양인지 꿈쩍도 않는다.

「 하아, 제발...! 」

손목뿐만 아니라 발목도 마찬가지로 밧줄에 단단하게 묶여 있다.

도대체 누가 날 이곳에 데려온 걸까.

그리고 카무이는? 카무이는 어디에....?

이곳에 혼자 남은 나와 없어진 카무이에 대한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중,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은은하게 비치는 불빛은 희미하게 일렁이면서 움직였다.

「 .........! 」

불빛과 함께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바닥을 쿵쿵 울리며 다가올 때마다 두려움과 압박감은 커져만 간다.

어깨를 덜덜 떨면서 천천히 고개를 든 순간 불빛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만 비명이 나올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카무이가 아닌 천인이었기에.

「 크크크, 니 년이 바로 카무이의 여자군. 」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내 얼굴에 손을 대며 쓰다듬는 손길은 마치 온몸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 카무이가 구하러 와줄 거라고 생각하나? 미안하지만 제아무리 하루사메 제독이라 해도 이곳은 절대 못 찾아올 거다.

이곳은 우리들만 아는 공간이니까. 큭큭. 」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안다면 분명 구하러 와줄 거야.

정말... 구하러 와줄 거라고.

근데 왜 자꾸 불안한 생각만 드는 걸까. 카무이를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닌데, 왜...

머릿속으로 카무이를 떠올리고 있는 사이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리면서 동시에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갑자기 몸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여보니 옷이 찢어져 있다.

「 죽이기엔 너무 아쉬워서 말이지. 」

최대한 다리에 힘을 주고 녀석한테 당하기 전에 재빨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또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 .....? 」

「 이런, 벌써 왔구먼. 혼자서 재미 좀 볼라 했더니. 쯧. 」

누가 또 여기로 오고 있다고? 혹시... 카무이?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닥을 쿵쿵 울리면서 3명의 천인이 들어왔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천인을 본 순간 다리에 그나마 남아있던 힘이 빠져나가고 말았다. 

이대로 도망치지도 못 하고 꼼짝없이 당하는 건가.

 

「 카무이는..... 」

 

「 으응? 이 년 카무이를 찾고 있는데? 」

「 이봐, 그녀석이 너 따위를 구하러 여기까지 오겠어? 헛된 희망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큭큭. 」

「 그러니까 저항할 생각은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

질척한 손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찢어진 옷 안으로 손이 들어올 때 눈을 꼭 감았다.

역시 녀석들 말대로 카무이가 구하러 온다고 믿는 건 헛된 희망일까.

이대로 죽는 건 슬프지만,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 크아아악!

갑자기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에 곧바로 눈을 떠보니 천인 하나가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카, 카무이!? 」

카무이라고.....? 정말 카무이가 이곳에?

「 젠장! 도망... 크흑! 」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던 천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카무이와 눈이 마주쳤다.

「 카무이..... 」

​이쪽으로 뛰어오는 카무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곧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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